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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월


...사월은 이미 그에게 시퍼런 고통으로 다가왔다. ... 그랬다. 그에게 사월은 늘 그런 느낌을 안겨 주었다. 사월은 뭔가 마무리 되지 않는 달이었다.... 말문이 막힌다. 치밀하게 구성된 작품이다. 인간의 내면 깊숙이 내려간다. 하긴 여러번 고쳐쓰는 일이 이스마일 카다레의 특징이라고하니 갈수록 치밀해 지고 있겠지. 구성은 그렇다 치고 의문점이 있는데 주막집 주인이 가르쳐 준 오로쉬성으로 가는 길에 대해서. 2장에서 그조르그에게는 크루쉬크 무덤에서 반드시 오른쪽으로 가라고 했고 3장에서 베시안 부부에게는 반드시 왼쪽으로 가라고 했다. 번역자의 실수인가, 작가의 실수인가, 작가의 의도인가? 모를 일이다. 그의 작품으로는 세번째 읽는다. <죽은 군대의 장군>은 충격적이었고 생각의 보편성에 깊이 공감한 바 있다. 마치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서를 장군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어서 그랬다. <광기의 풍토>는 조금은 다르다. 해학적 요소들이 있다.이 책(부서진 사월)에서는 이스마일 카다레특유의 음습하고 우중충하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정서적 환경은 그대로 나타난다. <죽은 군대의 장군>에서도 비가 계속 왔다. 국가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알프스의 후미진 어느 고원지대의 관습법 카눈 , 에 의한 살인의 악순환이 끊임없이 수십 수백년간 계속된다. 피의 회수와 피값의 지불, 돌고 도는 거역할 수 없는 수레바퀴... 한 현상, 한 사건을 두고세 가지, 세 측면, 세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살인자이며 동시에 예정된 피살자인 당사자, 제 1세계인과, 관습법의 상층부에서 그것으로 인해 호사를 누리는 피의 관리인인 제 2세계인, 그리고 외부세계에서 온 관찰자인 제 3세계인이 그것이다. 관습의 굴레 속에서 거역할 수 없이 순응하며 출구고 뭐고 없는 비장하고 갑갑한 제 1의 세계가 계속 진행돼다가 제 3자, 외부세계에서 두 인물이 들어 옴으로써 갑자기 제 1세계는 우화 속으로 들어 가고 제 1세계인은 신화 속의 인물이 된다. "... 이 불행한 산악지방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하기는 커녕, 당신은 관객이 되어 그들의 죽음을 구경하고, 재미있는 소재나 찾고 있소. 당신은 당신의 예술을 살찌우기 위해, 美를 찾기 위해 이곳에 왔소. ...살인의 미학... 한 민족 전체를 피비린내 나는 연극을 공연하도록 몰아 넣고는, 당신은 귀부인들과 함께 박스 좌석에서 그 연극을 관람하는 거요!" 그러다가 제 3세계인과 제 1세계인이 서로 정서적으로 동화되고 어느 순간 영적 랑데뷰가 일어난다. 우화가 되었던 1세계는 다시 현실이 되고 신화 속의 인물은 현실의 나, 즉 제 3세계의 인물이 된다. 1세계인은 3세계인을 영적으로 지향하고 3세계인은 1세계인으로부터 영적으로 빨려 들어 가버려 헤어 나올 수가 없다. 그것을 인지하고서는 외부세계로 빠져 나가, 말그대로 외부, 제 3의 세계가 되지만 진정한 외부세계가 아닌 이미 제 1세계의 연장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1과 3이 뒤엉켜 버린다. 다 채워지지 않는 반쪽짜리 4월, 어쩌면 아니 확실히 인간의 삶이라는 것 자체가 완성되지 않는 것일 진대 반쪽짜리 4월과 뭐가 다른가.
삶은 죽음 앞에 주어진 짧은 휴가였다!
비와 안개에 싸인 알바니아 고원 지대에서 벌어지는 인간 실존의 비극적 서사시..

부서진 사월 은 유럽 전역에서 극찬을 받으며 영화화되기도 했던 이스마일 카다레의 장편소설로 알바니아의 북부 고원 지대에 남아 있는 옛 관습법 카눈의 전통을 소재로 하고 있다.카눈은 고대로부터 전승되어온 알바니아 고유의 관습법으로 피는 피로써 갚는다는 규율로 인해 피의 복수가 끊임없이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