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1666년 9월 2일의대화재이후 천재적인 건축가들에 의해 재건된 도시라고 합니다. 런던의 작은 빵집에서 시작된 화재가 삽시간에 번지면서 유서깊은 도시인 런던의 3분의 2가 잿더미가 되었는데도 사망자가 아홉명에 불과했다는 내용을 읽는 순간 어처구니없이 국보 1호 숭례문을 잃어버리고 잇따른 재난에서 소중한 인명들을 구해내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떠오릅니다. 우리의 작은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에서 얼마나 많은 어린원혼들이 울고 있을까요? 바다도 하늘도 땅도 눈물이 마를 날이 없는 나날들입니다.
런던 웨스터민스터에는 제2차 세계대전당시 처칠이 전쟁기간 머물렀던 벙커인 전시 내각의 방 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당시 처칠의 라디오 연설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나치스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일 것입니다. 그리고 히틀러는 이 역사적인 수도 런던을 파괴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우리 영국인의 위대한 정신은, 런더너들이 가진 불굴의 의지는 파괴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잘 알고 있으며,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51쪽)" 위대한 지도자는 국민들이 전쟁이라는 최악의 시기를 견뎌낼 수 있도록 믿음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전쟁보다도 더한 절망과 분노의 시기에 우리에게는 이러한 지도자가 없고, 오로지 어리고 착한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만이 미약한 희망의 빛줄기가 될 뿐입니다. 우리가 힘써 지켜야할 가치나 품위가 무엇인지 나서서 말해줄 거인이 우리에게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런던은 망명자들에게도 관대한 도시였습니다. 마르크스와 레닌이 이곳에 있었고, 나치의 학살을 피해 프로이트와 곰브리치 등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얼마전 보았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슈테반 츠바이크의 책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는 엔딩 크레딧을 보고 섬광이 번쩍이듯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제게 밝히 보였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어제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려는 사람, 어느 상황에 처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려는 사람,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이른 바 제로의 상태인 사람을 보면 양심에 따라 반사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관대한 도시, 관대한 나라가 바로 침략적이고 적대적인 국가들에게 둘러싸여있는 우리나라가 가야할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런던에서 그러한 전통과 희망이라는 보석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로 이미 영국통 작가로 알려진 전원경씨의 런던읽기. 저자는 근위병 교대식에서 말 궁둥이 보느라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런던의 가치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안목을 전하고자 오랜 세월 발품 팔아 얻어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고 있다.
현재까지의 런던을 만든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과 미래의 런던을 만들어가는 노먼 포스터를 대비하면서 런던의 도시 건축을 분석해보기도 하고, 여행자들에게 흔히 알려진 관광지 외에 런더너들이 음미하는 명소로 독자를 안내하기도 한다. 저자는 런던의 숨어있는 보석 중 하나로, 새뮤얼 코톨드라는 컬렉터가 모은 작품들로 꾸며진 코톨드 인스티튜드 갤러리를 꼽는다. 또한 하우스 뮤지엄 찾아가기 역시 그녀가 추천하는 또 하나의 독특한 런던 감상법 중 하나다.
이 외에도 웨스트민스터 지하에 위치한 전시 내각의 방 에서는 처칠의 잔상들과 어려웠던 시절을 ‘좋았던 날’이라 부르는 런더너들의 자부심을, 왕이나 귀족이 아닌 넬슨 장군 동상이 우뚝 선 런던의 중심 트라팔가 스퀘어 에서는 런던을 지켜온 시민의 의식을, 18세기의 런던 지성의 중심이었던 존슨 박사의 집을 찾아 먼 옛날 그의 일상을 보는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추천의 글 추억의 도시 런던
머리말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
▶1부. 런던을 빛나게 하는 건 역사의 향기다
템스 강과 런던
― 이 도시에 흐른 2000년의 시간
빅벤과 전시 내각의 방
― 런던의 두 거인, 빅벤과 처칠
트라팔가 스퀘어와 대영제국
― 이 광장의 주인은 넬슨 제독
런던을 만든 두 명의 건축가
― 크리스토퍼 렌 vs 노먼 포스터
하이드 파크와 런던의 공원들
― 공원을 빼놓고서 런던을 논하지 마라
수리와 재건축의 역사로 이어져 온 공간
― 대영박물관 제대로 보기
런던의 숨은 보석
― 코톨드 인스티튜트 갤러리
망명자의 도시
― 재능 있는 외국인에게 특히 친절한 런던
존슨 박사와 18세기의 런던
― 런던에 싫증 난 사람은 인생에 싫증 난 사람이다
웨스트엔드는 영원히!
― 지독한 완벽주의가 만든 뮤지컬의 메카
빅토리아 시대의 어두운 그늘
― 잭 더 리퍼
버킹엄 궁과 왕실
― 왕실은 과연 변하고 있는가?
런던의 심장, 피카딜리 서커스
― 에로스는 화살을 들고 있을까?
▶2부. 옛것과 새것을 즐겁게 넘나드는 런던, 런더너
영어?계급?스포츠
― 선천적으로 계급이 결정되는 사회
예의 바르고 수줍은 런더너
― 런던 신사는 왜 친절한가
런더너의 스타일
― 모두가 모두에게 타인인 사람들
― 보수와 극단의 이중성
런던의 교통
― 열악한 조건에서도 착착 잘 돌아가는 교통 시스템
런던은 공사 중
― 런던은 오래되어 아름다운 도시
런던의 집들
― 진짜 런던 부자들은 어디서 살까?
이스트엔드의 반란
― 최신 유행을 맛볼 수 있는 아방가르드한 동네
런던의 대학
― 런던 대학은 어디에?
다우닝가 10번지와 영국 총리
― 굿모닝 미스터 브라운
쿨한 런더너들
― 리처드 브랜슨 & 제이미 올리버
대영제국의 영광이 낳은 어두운 그림자
― 런던의 다른 이름 런더니스탄
런던의 마켓
― 국제도시 런던의 독특한 현주소
런던의 음식
― 런던 거리를 정복한 초밥
부록 1 런던으로 유학 가기
부록 2 런던에서 뮤지컬 보기
부록 3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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