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난 후, 그 느낌을 되도록 바로 적어 두자 하면서도.
어찌 어찌 하다보면 바로 적어두지 못하고 며칠씩 그 느낌이 묵게 되는데.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느낌의 생생함은 흐물흐물 해지고
책속의 내용들에 대한 기억도 이내 희미해져버린다.
그러다보면 책을 읽으면서 의욕적이었던 글쓰기의 동인도 힘이 쭉 빠져버려
글쓰기가 마지못한 숙제처럼 되어버리기 일쑤다.
그리하여 오늘은 간단하게라도 책 읽은 느낌을 바로 적어두기로 한다.
책을 덮고 난 후,
우선 찻물을 끓였다.
찻물을 끓이면서 ‘아, 나에게 이런 버릇이 있었구나’ 새삼 알게 된 사실 하나.
내가, 글을 쓰고자 자리를 잡을 때면 의례 하는 행동이 하나 있었다.
차 한잔을 옆에 두어야 머릿속의 생각들이 글로 풀어져 나올 채비를 한다는 것.
오늘은 커피보다는 국화차를 마셔보고 싶어
볼이 넓은 다기를 꺼내 데우고 뜨거운 물에 말린 국화 몇 알을 넣었다.
노오란 꽃잎이 둥둥 피어오른다.
나는 그저 노오란 꽃잎 피어나는 거 보는 것이 흐뭇하고 코 끝으로 스며올라오는 향기에 만족할 뿐인데.
다윈이라면, 노오랗게 살아난 이 국화꽃을 보면서도 어떤 탐구를 하지 않았을까...연상하다가 피식 혼자 웃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윈의 탐구정신, 그 끈기와 겸손한 노력에 깊이 감탄을 하다보니
잠시 그런 연상도 하게 되었나보다.
1831년 22살의 청년 다윈이 비글호를 타지 않았더라면 『종의 기원』도 쓰여지지 않았겠지.
영국이 식민지를 확대하기 위해 남아메리카 근해의 해도를 만들고자 출발시킨 비글호에
지질조사를 목적으로 동승하게 된 다윈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아프리카 대륙, 남아메리카 등지를 돌면서 그 지역의 자연사에 대해 세심하게 관찰하며 일일이 기록하였고.
5년 동안 항해하면서 기록한 18권(2,000천쪽에 달하는)의 공책을 토대로
오랜 세월동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해답을 찾는 과정을 거듭한 결과 『종의 기원』 을 써내게 된다.
이 책을 풀어쓴 윤소영(옮긴이)씨의 말대로
나또한 다윈의 이론, 하면 떠오르는 것은 ‘적자생존’이라는 단어였다.
지구상에는 수 많은 생명체들이 생존경쟁을 하고 생존경쟁에 적합한 우등인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정도로만 다윈의 이론을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다윈이 주장했던 것으로 알았던 적자생존의 개념은 사회적 다윈주의자들이 덧씌운 주장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다윈이 종의 형질 차이인 변이와 변이의 종류(유전변이, 환경변이, 자웅선택등)중 하나인 자연선택에 대해 오랜 세월동안 탐구했던 내용들을 다루고 있으며,
다윈이 <생명의 큰나무>를 그리며 다양한 생명체들을 아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많은 자손을 남기기 위한 종들의 경쟁은 비록 치열했지만
다윈은, 自然(스스로 그러함)안에서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변이와 자연선택의 과정들을
열등한 것이 부단히 진화하여 우등한 것으로 된다는 논리가 아니라 열등한 것은 열등한 대로 우등한 것은 우등한대로 생명의 나무안에서 공존하는 것으로 인정했다 하는데.책의 핵심보다 그런 내용들이 마음에 남는 것은
오랫동안 다윈을 오해했던 부분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까.
분명 중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배웠을 내용인데
앞뒤 다 빼고 적자생존의 이론으로만 기억했던 까닭은 무엇인지.
그리고 분명 중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배웠을 내용인데
이제와 다시 찾아읽으며 새삼스러워하는 까닭은 또 무엇인지.
예전 수업시간의 풍경들을 떠올려보게도 했던 책읽기였는데. 이런저런 멋쩍은 생각이 들자공교육의 주입식 학습방식에괜한 화살을 돌려본다.
많은 사람들이 진화라는 말을 입에 담는다. 그리고 진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정작 다윈은 종의 기원 에서 진화 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변이 와 자연선택 에 대한 신념, 그 신념을 키워 준 관찰과 생각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이 책은 진화라는 큰 수수께끼를 푼 다윈의 종의 기원 에 대해 그 진정한 의미를 들여다 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 책이다.
프롤로그: 진화의 실마리를 찾아내다
1. 다윈, 비글호를 타다
2. 진화의 실마리를 찾아내다
생명의 큰 나무를 그리다
3. 종이란 무엇인가
4. 종은 어떤 기원을 갖는가
5. 생물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6. 자연계의 생존 경쟁은 피할 수 없다
7. 인간의 선택, 자연의 선택, 우연의 선택
8. 이성의 선택, 자웅 선택
9. 생명의 큰 나무
10. 다윈이 멘델을 만났다면
11. 박쥐는 어떻게 날개를 갖게 되었나
12. 모든 동물은 천재이다
13. 뻐꾸기, 개미, 꿀벌의 특별한 본능
14. 노새와 라이거의 불임
15. 다윈이 살아 있는 실러캔스를 볼 수 있었다면
위엄이 깃들어 있는 이론
16. 수만 년, 그 길고도 짧은 시간
17. 떠도는 대륙- 대륙 이동설과 진화론
18. 현재로 드러나는 과거의 진실
19. 위엄이 깃들어 있는 이론
에필로그: 진화론과 다양성의 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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