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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의 수난사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 죽음이 끝이 아닌 사람도 있다니, 이건 잘 몰랐던 것 같다. 아니 언젠가 텔레비전 방송에서 죽은 사람 시신 손이 잘린 이야기 본 것 같기도 하다. 그 사람은 아르헨티나 대통령 후안 페론이다. 손이 잘린 사람은 한 사람 더 있다. 쿠바에서 혁명을 이룬 체 게바라다. 체 게바라는 다른 곳에서 혁명을 하려고 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아서 그곳에서 잡히고 죽임 당했다. 시신을 돌려주지 않고 손만 잘라서 여러 사람과 함께 묻었다. 나중에 시신이 쿠바로 돌아갔다고 한다. 죽고 나서 자신의 나라나 자신의 바람대로 된 사람도 있지만바람을 이루지 못한 사람도 많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은 살아서도 이런저런 일에 시달리고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는구나. 재미있게 볼 수도 있지만, 죽은 다음에 일어난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 씁쓸하기도 하다. 죽은 사람은 그걸 모르겠지만, 산 사람이 죽은 사람까지 이용하려 하는 게 느껴진다. 모두 안 좋은 건 아니었지만 거의 돈을 노리고 무덤을 파고 그곳에서 뼈를 가져가거나 팔았다. 오래전에는 보물과 함께 시신을 묻기도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종교에서는 죽은 사람도 성물로 여기기도 했다. 성인이라고 여긴 사람을 교회에 묻고 시신을 미라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것도 텔레비전 방송에서 본 것 같다. 어떤 사람 시신에서 나오는 피나 액체가 병든 사람을 낫게 했다는 이야기. 진짜 그런 일 일어났을까. 그 사람 시신은 한 곳도 아니고 두 곳으로 나뉘었다.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그런 일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니. 어떤 사람은 18세기 말 런던에서 해부학교수한테 팔렸다. 그때 런던에서는 해부할 시체가 많이 필요했다. 어떤 사람은 무덤을 파서 시체를 팔았다. 나라에서 해부하는 걸 허용하지 않고 죄인을 해부하라고 해서 그러기는 했다. 그때 제대로 잠들지 못한 사람 많겠다. 제레미 벤담은 18세기에 공리주의를 말한 사람으로 시체를 과학에 기증하는 법을 합법화하는 데 이바지했다. 그 일은 제레미 벤담이 죽은 다음에 이루어졌다. 제레미 벤담도 자신의 시체를 공개해부 요청했다. 이런 사람이 있어서 그때 의학은 더 발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무덤을 파는 사람은 줄어들었을까. 그건 알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 뒤에도 무덤에서 시체를 훔쳐간 사람 있지 않았을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죽으면 유골을 숭배하지 않도록 화장하기를 바랐다. 병리학자 토머스 하비가 해부를 한 다음 아인슈타인 뇌를 가지고 갔다. 그런 일을 하다니. 생각하면 좀 끔찍하다. 아인슈타인 잘 모르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뇌를 보면 그 비밀을 알 수 있다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그때는 뇌과학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아서 바로 알 수 없었다. 아인슈타인 뇌는 아주 많은 조각으로 나뉘었다. 시간이 흘러서 조금 알아낸 게 있기는 하지만, 다는 아닐 거다. 어떤 사람 뇌가 어땠는지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될 수는 없을 텐데. 지금 생각하니 나도 다른 사람은 어떨까 하는 거 조금 알고 싶어하기도 한다. 뇌가 어떤가 하는 것보다 글을 어떻게 쓰고 어떤 책을 보나 정도. 관심이 거기에 쏠려서 그런가보다. 죽었는데 아직 살았다는 소문이 퍼진 사람도 여럿 있다. 아돌프 히틀러에 엘비스 프레슬리. 히틀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는데 스탈린이 처음에는 그것을 숨겼다고 한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팬들이 살아있다는 말을 많이 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가수가 죽으면 그걸 믿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죽은 사람이 우상이 되는 것인가.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들 인체 조직이 병든 사람 거라는. 그런 일에 처음 쓰인 사람은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이다. 방송 진행인이고 언론인인 앨리스터 쿡으로 이 사람은 영국에는 미국을 알리고 미국에는 영국을 알렸다고 한다. 암으로 죽었는데 어떤 게 인체 조직 이식에 쓰였다고 한다. 그 일을 알고 미국에서는 더 철저하게 조사한다고 한다. 어쩌면 이런 일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장기뿐 아니라 인체 조직도 이식할 수 있으니까. 죽는 사람이 그것을 기증한다면 모를까 기증한다고도 하지 않았는데 조직을 훔쳐가는 건 사람으로 할 일이 아니다. 병에 걸린 사람 것은 더하다. 그게 다른 사람 몸에 이식되면 그 사람은 병에 걸릴 테니까. 누군가를 도우려고 하는 것이 안 좋은 일로 보이면 안 될 텐데, 좋은 일에는 꼭 어둠이 따르기도 한다. 그런 게 없어져야 할 텐데 말이다. 맨 앞에서 아르헨티나 대통령 후안 페론을 말했는데, 영부인 에바 페론은 삼십대에 자궁암으로 죽었다. 에바 페론 시신은 방부처리하고 썩지 않게 했다. 그런 것을 하다니. 이렇게 시신이 썩지 않게 하고 사람들한테 보이려고 한 사람이 있다. 블라디미르 레닌은 어머니와 여동생 곁에 묻히고 싶어했는데 미라로 만들었다. 스탈린이 시신 숭배를 이용해서 공산주의를 선전하려고 했다. 몰랐는데 김일성, 김정일도 미라로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나오지 않았지만 북한이 나오다니. 베토벤은 죽기 전에 아주 많이 아팠다. 귀가 먼 이야기는 알았는데 다른 건 몰랐다. 모차르트도 알 수 없는 병으로 일찍 죽었다. 베토벤은 자신이 죽은 다음 해부해서 병명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를 바랐다. 그때 병명은 알 수 없었고 뼈만 조금 사라졌다. 모차르트도 다르지 않았다. 지금은 병명 알 수 있을까. 골상학 때문에 도둑맞은 뼈도 많다고 한다. 두개골을 장식한 때도 있다. 누군가는 심장을. 이건 아주 가까운 사람일 때 그렇게 했겠다. 어딘가에서도 무덤에서 뼈를 가지고 오는 게 나왔는데 그건 옛날이 아니다. 뭐였는지 잊어버렸는데 이런 말을 했다. 이름을 아는 사람도 있고 잘 모르는 사람도 있다. 죽으면 누구나 편하게 잠들기를 바라지 않을까 싶다. 어떤 사람은 냉동인간이 되어 나중에 살아나기를 바라기도 했다. 한번 죽은 사람을 냉동했다 해동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싶지만. 삶은 한번밖에 없다. 한번밖에 없는 삶이기에 더 소중한 게 아닌가 싶다. 살았을 때나 몸이 중요하지 죽으면 그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죽은 사람은 마음속에 묻는 게 좋다고 본다. 어쩐지 지금도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 시신은 이런저런 일을 겪을 것 같다. 그런 일은 이제 없으면 좋겠다. 희선 ☆― 결국 우리 몸은 먼지로 돌아간다. 그러나 우리 정신, 작품, 추억은 그보다 생명력이 길 수 있다. 이름이 알려졌든 알려지지 않든 상관없이 말이다. 아마 이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아름다운 점일 거다. 인간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숙명을 받아들이면서 아울러 자기가 죽고 나서도 오래 살아남을 뭔가를 만들고자 애쓴다. (345쪽)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한 유명 인물들의 무덤 수난사

유명한 이들의 시신은 예로부터 수난의 대상이었다. 그것들은 도둑맞고, 불태워지고, 사고팔리고, 보존액에 절여지고, 냉동 보관되고, 박제로 만들어지고, 수년 동안 변호사 사무실 서류함에 처박혔다. 그들의 손가락, 치아, 발가락, 팔, 다리, 두개골, 심장, 폐, 은밀한 부위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중세 시대에 성인의 유물은 순례자들의 발길을 끌었고, 19세기에는 골상학의 등장으로 유럽 전역에서 두개골 절도가 기승을 부렸다. 이윤을 바라고 시신을 노린 범죄자들로 몸의 일부를 영영 잃어버린 시신들도 수두룩하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시신에 열광하는가? 시신을 소유하고 만지고 보고 전시함으로써 유명 인사와 연결되고 싶다는 욕망은 역사가 깊다. 과학의 이름으로 산 자를 위해 시신을 이용하는 것을 보통이요, 천재의 비밀을 캐낸다는 이유로 두개골은 물론 뇌까지 탈취당했다. 시신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었음은 물론이다. 무덤의 수난사 는 모차르트에서 히틀러까지 역사적 인물들이 죽고 나서 겪어야 했던 기상천외하고 오싹한 모험을 그들의 삶과 연결해서 살펴보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죽음에 대한 문화적 태도가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추적한다. 그리고 불로장생을 꿈꾸는 현대인의 터부인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봄으로써 역설적으로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삶에 대해 곱씹게끔 한다.


들어가며

성인과 죄인
성 니콜라우스
토머스 베켓
볼테르
몰리에르

과학의 이름으로
로렌스 스턴
에마누엘 스베덴보리
요제프 하이든
루트비히 판 베토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앨리스터 쿡
테드 윌리엄스

죄와 벌
존 밀턴
에이브러햄 링컨
찰리 채플린
엘비스 프레슬리
제로니모

수수께끼의 시신들
에드거 앨런 포
제시 제임스
리 하비 오즈월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D. H. 로렌스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시신들
알렉산드로스 대왕
블라디미르 레닌
베니토 무솔리니
아돌프 히틀러
에바 페론
짐 소프
체 게바라
오사마 빈라덴

사라진 유골, 되찾은 유골
존 폴 존스
단테 알리기에리
르네 데카르트
프리드리히 대왕
토머스 페인
윌리엄 블레이크
도러시 파커

시신 수집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조지 고든 바이런
그리고리 라스푸틴
올리버 크롬웰
네드 켈리

영원한 사랑
갈릴레오 갈릴레이
토머스 모어
퍼시 셸리
데이비드 리빙스턴
존 배리모어

마지막 소원
제러미 벤담
티머시 리어리
그램 파슨스
헌터 S. 톰슨

부록
죽고 나면 시신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감사의 말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