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그리고 멀리서 /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 송태현 /도서출판 강
현대 구조주의의 대가라고 일컬어지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와 프랑스의 저명한 시사 주간지『누벨 옵세르바퇴르』의 기자이면서 여러 지식의 매개자 역할로서 잘 알려져 있는 디디에 에리봉과의 대담집이다.
대담의 형식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은 레비스트로스의 인생 회고록이라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은 그의 논문집인 『멀리서 본 시선』이라는 논문집에서 따왔다고 보여지며
그 논문집의 제목은 일본의 전통 연극인 노(能)의 창시자인 제아미 모토키요의 글에서 빌려왔음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제아미 모토키요는 말하길, 좋은 연기자가 되려면 관객이 연기자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자신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이른바 “멀리서 본 시선”이란 표현을 사용했어요.
평생을 민족학에 열정을 바치면서 일관되게 유지해온 ‘멀리서 바라보기’라는 역사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가 되기까지 두 번씩이나 채용 시험에서 낙방을 하는 과정을 비롯한 여러 여정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과의 치열한 논쟁거리가 되었을 때 미처 말하지 못했던 대답을 지난날의 물음에 답하는 형식을 빌어, 이제는 웃으면서 돌아볼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인양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자기 자신의 여러 평가에 대해서는 ‘돈키호테주의’라는 말의 의미를 설명하는 말로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박해받는 자들의 옹호자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나는 돈키호테주의의 본질이 현재 너머에 있는 과거를 재발견하고자 하는 끈덕진 욕구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훗날 레비스트로스가 어떤 인물인지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혹 존재한다면, 난 그에게 이 열쇠를 제공하고 싶군요.
우리는,
그를 인류학자로서 분류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인류학자가 아닌 민족학자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으로부터도 민족학자로 부름 받기를 원할 정도로 민족학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였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슬픈 열대>나 <친족의 기본 구조> 등을 말할 때에도 그는 인류학적인 관점에서와는 전혀 다른 민족학적 관점에서 씌어졌음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이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면서도 이 책을 저술하기 위해 남미 브라질 여러 지방들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행을 하고 또 여러 자료를 채집, 수록, 분류, 편집하였던 사실들을 환기시키면서
도서관의 여러 자료들을 참고 삼아서 학문을 개척해 나가는 역사학과는 전적으로 다르다는 민족학에 대한 긍지는 다음의 그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역사는 씌어진 증언에 의거하고, 따라서 의식적인 표현에 의거하고, 민족학은 관찰한 실제 생활의 배후에서 이를 지배하는 매커니즘을 발견하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그와 관련하여 함께 역사가의 비판을 의식하여, 민족학자의 연구대상이며 역사가 없는 곳인 차가운 사회와 역사가의 연구 대상인 뜨거운 사회라는 개념을 따로 도입하기도 하였다.
차가운 사회는 무질서를 거의 초래하지 않고 원래 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는 사회로서 역사도 진보도 없어 보이는 사회이며 뜨거운 사회는 이와 반대 개념으로서 현대 서구사회가 그 전형이다.
그는 역사의 절대적인 법칙이 존재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부정하면서 간접적으로 역사학에 대한 그의 인식을 말하고 있다.
역사는 늘 인간들이 예측하고 추정한 것과는 별개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변수와 매개 변수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신적인 오만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제3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1959년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가 된 이래 1982년 퇴임하기까지 평생을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온 몸을 바쳐 왔으며
프랑스 지성계에서 루소 이후에 가장 박식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는 레비스트로스가 철학사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게 크다.
유럽 전역에서 탈구조주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각국에서는 그의 연구들이 재평가되면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것은 그가 이룩한 업적들이 지닌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그는 평생을 몸 바쳐 연구했던 그 신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 우리 곁에 또 다른 신화가 되어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레비 스트로스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식인이며 지성사의 거목이다. 그는 인류학에서 구조주의 라는 방법론을 적용하여 인간의 삶과 사고에서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원리를 찾아내고자 하였으며, 문명과 야만이라는 이분법을 물리쳤다. 소쉬르와 야콥슨의 구조주의를 심화, 발전시켰으며 구조주의가 하나의 학문체계로 자리잡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그 후 구조주의는 전세계 지성계에 선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거의 모든 분야의 학문과 예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팔순의 레비 스트로스가 의 기자 디디에 에리봉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고 학문적 쟁점을 토론한 회고록이다. 책은 3부로 나누어져 있어 1부에서는 주로 자신의 인생 역정에 따라 성장과정이나 이력이 연대기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2부에서는 학문적 쟁점이, 3부에서는유대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이 다루어진다. 전반적으로 레비 스트로스는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하지만 자신의 생애에서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사건이 등장할 때면 설레임과 감회를 숨기지 않는다. 특히 사르트르를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자못 신랄하기까지 하다.
몇 가지 뚜렷한 장점을 가진 이 책은 그가 인류학에 입문하게 된 과정과 구조주의에 접근하게 된 계기, 그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아름다운 저서 슬픈 열대 나 야생의 사고 , 대저 신화론 등 그의 주저들의 탄생 배경을 흥미롭게 알려준다. 또 레이몽 아롱이나 사르트르, 푸코, 바르트같은 당대 최고의 지성들과의 만남을 옆에서 구경하고, 거대한 사상가의 행로와 학문적 여정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또 68혁명이나 1981년 한국방문시의 침묵 등과 관련 참여지식인 의 의미에 대한 쟁점도 잘 부각시키고 있다. 음악가를 꿈꾸었을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있었던 집안 내력이나 그의 개인적 관심사도 드러나 있다. 그래서 레비 스트로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나 이해가 없는 일반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프롤로그
제1부 돈키호테가 돌아올 때
제1장 오펜바흐에서 마르크스까지
제2장 현장 민족학자
제3장 뉴욕의 보헤미안
제4장 구세계로의 귀환
제5장 숫자 8의 신비
제6장 파리의 구조주의
제7장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제8장 아카데미 프랑세즈
제2부 정신의 법칙
제10장 혼인의 엄격함
제11장 감각적 성질들
제12장 수족, 철학자들과 대화
제13장 역사의 쓰레기통 속에서
제14장 새집을 뒤지는 사람을 찾아서
제15장 사유 실행
제3부 문화들과 문화
제16장 인종과 정치
제17장 문학
제18장 회화의 내용
제19장 음악과 목소리
에필로그
주
레비 스트로스 연보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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