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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판 어류도감


사가판 어류도감과 사가판 조류도감을 구매했는데, 표지가 도감답게 그려져서 매우 끌렸다.어류도감을 보자면 단연 인어의 이야기가 기억이 많이 난다.깊고 깊어서 생물들도 몇종 안되는 심해에서 사는 인어는 뿌꾸라는 애완해삼이 있고 아직 어려서 호기심도 많은 편이다. 어느 날 그녀는 잠수정을 발견하고 창으로 보이는 남자를 보고 커다란 물고기에 잡아먹힌 인어라고 생각하게 되어 할머니에게 이야기한다.그녀의 어머니가 높은 바다로 올라갔다가 그만 산소가 부족한 곳에 이르러 죽음을 맞이했다고 알려주는 할머니... 어린 손녀를 근심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젊은이의 호기심은 위험을 무릅쓰는지라 고난을 거쳐 위로위로 올라가 결국 자신이 보았던 잠수정에 닿아 정신을 잃어버린다. 잠수정과 함께 바다에서 건져진 그녀의 꼬리는 두 다리로 변해있고 그녀를 지켜보던 고래는 기적을 일으켰다며 멀리서 마지막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사가판 조류도감 과 사가판 어류도감 은 일본 만화의 거장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고단샤의 모닝 과 별책모닝 에 비정기 연재한 단편 시리즈를 엮은 작품집이다. ‘사가판’이란 다른 말로 사각본이라고도 하며, 대중을 대상으로 발행한 일반 도서가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 지인 등과 함께 돌려보기 위해 한정 부수만 찍어낸 자비 출판 도서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이 ‘조류도감’과 ‘어류도감’은 어디까지나 ‘모로호시 다이지로’판 이야기 모음집인 셈이다.

‘도감’이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이 책들은 당연히 진짜 도감은 아니다. 책에 나오는 ‘조류’와 ‘어류’는 이를테면 영혼을 나타내는 상징으로서의 새, 중국 고전 장자 에 등장하는 전설의 새, 동화 속 주인공인 인어 공주의 재해석, 먼 미래 세계의 로봇 어류 등 상상의 세계에 속하는 존재들이다. 그 기묘한 이야기 세계는 마치 중국의 고대 기서 산해경 을 연상시킨다. 현대의 구전 동화, 도시 괴담 등을 모은 현대판 산해경 이라 할 만 하다.

‘사가판 도감’ 시리즈는 모로호시의 기묘한 세계에 들어가는 최적의 입문서다. 단 두 권으로 이루어진 이 시리즈 하나만으로도 순식간에 40여 년에 걸친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대폭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