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좌익에 대한 연구는 많이 되어있는 편입니다. 뿌리라던지, 사상적인 갈래라던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왔습니다. 그럴수밖에 없습니다. 좌익에 대한 비난이라던지, 올려치기라던지 하는 부분은 결국 연구를 해야 가능한 부분이었으니까요. 반면에 이 책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우익 , 현재의 우익의 기원에 관한 부분입니다. 4,5,60년대의 저항적 지식인이 국가 건설에 포섭되어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간 과정을 잘 담아냈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뿌리를 찾아가는 지성의 대향연
우리가 살아가는 나라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건국된’ 나라로 좁히려는 세력의 시도가 없지 않지만, 대개는 1919년 3·1 운동의 정신을 이어받고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국가라는 게 다수의 생각이다. 대한민국을 이야기할 때 3·1 정신과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 이야기에 정면으로 친일 문제가 걸려 있고, 또 한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지지 않았을 때 모두가 바라던 국가의 설계도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1945년 해방이 되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을 때, 그리고 이후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기본 틀을 만든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이고, 그들의 설계는 주로 어디에서 연유했으며, 또 얼마만큼 현실에서 실현되었을까. 이 책의 기본적인 질문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말하려면, 간과하기 쉽지만, 당연한 전제 조건이 있다. ‘대한민국의 설계자’를 자부하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일제로부터 독립한 시기에 남북 분단이라는 예기치 못한 불행을 엄연한 현실로 맞닥뜨린 만큼, 하나는 일제에 부역한 사실이 없거나 그 사실을 철저히 참회해야 하고, 다른 하나는 북한과도 일정 정도 이상 거리를 두어야 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친일을 하지 않은 우익’이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의 조건이다.
지금까지 한국 현대사는 남북 대결의 와중에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친일 세력이 우파의 정체성을 실질적으로 독점해 왔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우파가 이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실제로 이들은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계획하고 실행한 실질적 주체도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은 해방 이후부터 한국 현대사의 근대적 전환기를 이룩한 1960~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헌들과 연구들을 참조해 가면서, 이 시기에 정부 정책을 주도한 이들과 민주화 진영에서 저항했던 사람들이 모두 이념적으로는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그들이 바로 ‘친일을 하지 않은 우익’, 즉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이었던 것이다.
대전대학교 김건우 교수는 스무 해 가까운 연구를 통해 친일에 물들지 않았으면서 북한 공산주의 정권과도 거리가 있는 ‘양심적’ 우익의 실체를 추적하고, 이들이 대한민국의 발전과정에서 했던 일들을 구체적으로 탐구해 왔다.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은 한국 현대 지성사와 문학사에 관련하여 꾸준히 축적해 온 그동안의 연구 업적을 집대성한 저작으로, 이 저작을 통해서 우리는 이른바 ‘학병세대’를 가운데에 놓고 치열하게 전개된 한국 현대사의 뚜렷한 줄기가 한국 우익의 진짜 기원임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서장 해방된 청년들,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대한민국의 설계자는 누구인가│‘세대’의 문제│‘남쪽’을 선택한 사람들
1 학병세대가 서 있던 자리
새 국가 건설의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가│장준하와 김준엽, 일본군을 탈출하다│광복군의 적통, 우익 민족주의의 적자
2 장준하, 우익 반공주의에서 통일 지상주의로
임시정부 청사 난입 사건│우익 반공 국가주의의 선봉에 서다│반공에서 통일 지상주의로 이동하다
3 서북 지역주의와 도산 안창호
차별과 착취의 땅 서북에서 새로운 국가상이 싹트다│서북파와 기호파의 갈등│개인의 정신 개조를 통한 사회 변혁
4 월남 지식인들, 사상계 를 만들다
장준하와 서영훈, 사상 을 만들다│ 사상 의 폐간과 백낙준의 후원│서영훈, 장준하를 떠나 적십자사로
5 사상계 그룹, 근대화의 모델을 제시하다
사상계 그룹, 서북 출신에 편중되다│ 사상계 가 꿈꾼 근대화│미국의 지원과 유도
6 제2공화국과 국토건설본부의 구상
사상계 , 현실로 뛰어들다│경제개발계획과 국토건설본부│5·16 이후의 경제개발계획은 독자적인 것인가
7 사상계 그룹의 와해와 대학의 변화
사상계 그룹, 미국과 군정의 중재를 시도하다│ 사상계 그룹의 와해│대학에 뿌리내린 국가의 감독과 통제
8 선우휘, 반공 국가주의와 지역주의 사이에서
작가이자 기자이자 군인│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은 지역주의자│ 나는 형이고 너는 동생이다
9 정권 참여 지식인들과 정치 참여의 논리
무조건 반대냐, 건설적 협력이냐 │임방현의 근대화 인텔리겐차론│이데올로그가 된 지식인들
10 김교신과 무교회주의 기독교
일본 기독교의 지성, 우치무라 간조│ 성서조선 과 무교회주의 신앙│노동자들의 아버지가 되다
11 류달영의 재건국민운동본부와 덴마크 모델
최용신 전기 집필과 우치무라 간조의 ‘덴마크 이야기’│‘동양의 덴마크’를 꿈꾸다│재건국민운동본부 해체, 그 이후
12 오산학교의 무교회주의자와 지역공동체
함석헌, 오산학교에 무교회주의 신앙의 씨를 뿌리다│오산의 학병세대, 역사학자 이기백│이찬갑, 주옥로의 ‘위대한 평민’│공동체의 기반, ‘조합주의’
13 국가주의 철학에 맞선 류영모와 함석헌
류영모-함석헌의 독특한 계보│김범부와 박종홍의 국가주의 철학│노장 사상에 입각한 국민 윤리 비판
14 한신(韓神)을 만든 김재준과 제자들
함경도와 북간도에 뿌리 내린 진보적 기독교│김재준, 기독교적 건국이념을 제시하다│용정 은진중학교의 제자들, 강원용, 안병무, 문익환
15 통합의 중재자 강원용
세계교회협의회의 거물이 되다│크리스찬아카데미의 ‘중간 집단 교육’│해방기부터 비롯된 중도 지향의 삶
16 가톨릭의 학병세대, 김수환과 지학순
가톨릭의 혁명, 제2차 바티칸 공의회│추기경 김수환, 한국 가톨릭을 바꾸다│지학순, 원주를 한국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 만들다
17 마지막 지사형 언론인 천관우
자유 언론의 전통을 세우다│천재적 역사학자의 면모│쓸쓸한 말년의 삶
18 지식인들, 민족주의로 이동하다
국학계의 한국사 시대 구분 논의│‘한국적인 것’을 찾아서│민족주의, 아군과 적의 경계를 흩트리다
19 조지훈 대 김수영, 한국 인문 정신의 두 원형
조선 선비, 전통적 인문주의자 조지훈│보수주의자의 현실 정치 비판│급진적 자유주의자 김수영│한국 인문 정신의 두 원형
20 한국 우익의 기원
한국의 정통 우익, 김준엽│친일로부터 자유로운, 그러나 제국이 키운 세대│새 나라의 설계, 일본에서 미국으로│종교인들, 이념의 숨통을 틔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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